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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그믐날에 담그는 간장 이야기

<연재> 이연옥의 논두렁밭두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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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옥 기자
기사입력 2008-03-08

음력 정월이 되자. ‘올해는  꼭 때를 맞추어 간장, 고추장을 담가야지. 하며 날짜를 세고 있었다. 가끔 무심코 있다가 남들이 간장을 담근다고 하면 급하게 대충 장을 담그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며칠 째 화창한 아침이다. 엊그제는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이었고. 그제는 음력 정월 그믐날이었다.날씨로 보나 시기로 보나 간장담그기에 꼭 좋은 때이다.
 
예전에 엄마는 정월 그믐날이면 간장 고추장을 담그시느라고 분주하셨던 기억이 난다. 간장 담그는 날은 음력 정월 달력에 말이 그려진 말날이면 좋으나 정월 그믐날은 손이 없는 날이어서 좋다고 하셨다. 

▲ 제비대신 참새들이 화창한 봄을 즐기고 있다.     © 이연옥

 
 
 
 
 
 
 
 
 
 
 
 
 
 
 
 
 
 
 
 
 
 
 
 
 
 
 
 
내게도 해마다 정월 그믐날은 장을 담그는 날이다. 아침 일찍 서두르는 내게 남편은 얼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묻는다.

 "어디 좋은 곳에 가서 좋은 물을 떠왔으면 좋겠네" 
남편은 금방 어디론가 가더니 물을 세통이나 떠왔다. 커다란 통에 물 두통을 쏟아 넣고는 시어머니 계신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올해는 지난해 간장이 꽤 남아있어서 물 두말에 메주 다섯 덩어리만 하려고 하는데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될까요?”
“너는 해마다 담그는 간장을 매번 물어보니? 요즘은 소금이 조금 싱겁다고 하니 물 한 말에 소금 세 되는 해야 될 걸”
“네 어머니. 제가 그래요. 어째 해마다 헷갈리네요. 그대로 할께요”
 
나는 속으로 은근히 웃음이 나온다. 내가 어머니께 일부러 묻는 것은 ‘올해도 간장을 담그니 어머니도 참여해주십시오.’ 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새로옮긴 장독대     © 이연옥

 
 
 
 
 
 
 
 
 
 
 
 
 
 
 
 
 
 
 
 
 
 
올해는 장독대를 새로 옮겼다. 장독대는 해마다 새로 집들이 들어서고 공장건물들이 들어서고 하다 보니 지금 그 상태로 두기엔 자동차 먼지 등. 위생상 안 좋을 것 같아서 꽃밭 한쪽에 새로 장독대를 옮겼다. 장독대에 흙이 묻지 않도록 잔돌을 구하기가 어려워 장독대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플라스틱 받침대를 이용해서 항아리들을 옮겨두었다.
 
새로 옮긴 장독대위 전날 깨끗이 씻어서 옮겨놓은 항아리에 가라앉은 소금물을 고운 채에 받혀서 채워 넣고 메주를 띄웠다. 메주가 가라앉지 않고 소금물 위에 동동 뜬다. 불에 달군 깨끗한 숯과 빨간 고추와 참깨를 띄웠다. 혹시나 간이 약하여 간장이 변할까 싶어 달걀 한 개를 띄우니 간장 위에 동동 뜬다. 달걀이 가라앉으면 간이 싱거워서 나중에 맛이 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간장은 완성 된 셈이다.
                                                                                      
▲ 새로 담근 햇간장     © 이연옥
 
 
 
 
 
 
 
 
 
 
 
 
 
 
 
 
 
 
  

 
 
 
간장 항아리에 가득 찬  햇간장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
 
“어머니. 간장 다 담갔어요. 보셔요. 장독대도 새로 옮기구요.”
어머니는 창문을 열고 내다 보시며

“그래 간이 잘 맞니?
“글쎄요. 어머니 하라고 하시는 대로 했는데요.”
“그럼 달걀을 한 번 띄워 봐”
“네.”
나는 이미 띄워 본 달걀을 한 번 더 띄워보여 드렸다.
“되었구나.”
하시며 창문을 닫으신다.

날씨가 참으로 화창하다. 간장이 제맛이 다 들도록 이렇게 좋은 날만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간장이 있어도 해마다 간장을 담그는 이유는 제사를 드리는 집은 간장을 해마다 담가야 한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조상님들께 드리는 제상에 묵은 간장보다 정성이 가득한  햇간장으로 올려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또한 종갓집이나 큰집으로서의 탄탄한 대물림의 하나이기도 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 시아버님이 내려다 보고 계실까?     © 이연옥

 
 
 
 
 
 
 
 
 
 
 
 
 
 
 
 
 
 
 
 
 
 
 
 
 
 
 
 
 

 
 
 
 
그렇다면 우리집 시아버님도 저 화창한 하늘 어느 곳에서 흐믓하게 이집 큰 며느리의 간장 담그는 모습을 지켜보시고 계실까?  만약에 그러시다면 ‘아이구, 우리 큰 며느리가 장 담그느라고 고생을 하는 구나’ 하시겠지?
당치도 않는 상상을 해보며 소금물로 얼룩진 항아리를 깨끗이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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