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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이 고3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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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례
기사입력 2010-06-28

한국의 고3은 바쁘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한 대학이라는 진로를 위해 원했던 꿈이 무엇이었던지조차 잊을만큼 계량화된 성적표의 숫자를 위해 가혹하리만큼 많은 욕망을 접어야 한다. 그런 고3의 현실에서 격주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이 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훌륭하다는 칭찬보다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공부의 양을 우려하여 ‘만류’할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
 
소래고에 재학 중인 서등 군은 2주에 한 번씩 지역아동센터 초록세상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중국어 교육 봉사활동을 한다. 그것도 혈혈단신으로 중국에서 유학 온 유학생이다. 서등 군을 만난 것은 2주에 한 번 돌아오는 쉬는 토요일 아이들 앞에서 중국어 특유의 발음을 알려주고 있던 초록세상에서였다.
 

학생이지만 중국어를 배우려는 아이들 앞에 서면 선생님이 된다. 아이들에게 단어를 익혔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후 사탕을 나눠주며 중국어 수업을 마쳤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사탕의 개수가 중국어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처럼 느껴지는 듯 너나없이 더 달라고 졸랐다. 수업이 끝나는 것이 아쉬운지 더 놀아달라고 졸랐고 점심 식사까지 옆에 앉고 싶어했다.
 
“첫시간에는 좀 무서웠어요. 초등학생들은 떠들고 말을 잘 안들을 거라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첫 시간부터도 수업도 잘 듣고 잘 따라와주는 걸 보면서 매번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됐어요.”

1년 남짓 수업을 해온 덕인지 아이들을 다루는 것이 익숙해 보였다. 사탕으로 물량공세도 시선을 집중시킬 줄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을 때 사탕 같은 것으로 달래보라고 학교 선생님들에게 배운 거라며 웃었다.
 
서등 군이 중국어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은 소래고 교사의 추천이었다. 한국말도 자연스러워졌고 주말에 할 일도 없는데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친구에게 봉사활동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어요. 중국에는 봉사활동이라는 개념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신기하고 보람됐다는 서등 군은 이 곳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지 1년 남짓 되었다. 교재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직접 만든다. 초록세상 관계자는 “아이들이 중국어를 이렇게 흥미 가지고 꾸준히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등 군은 초록세상 중국어 봉사활동 외에도 학교 선생님의 가족과 함께 시흥시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 진행하는 7기 가족자원봉사단에서도 봉사하고 있다. 고3이면 바쁠텐데 시간이 있냐는 물음에 오히려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3이 되니 공부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에요. 주말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나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풀고 가요. 그 대신 친구들과 농구하거나 월드컵을 보는 시간을 조금 줄이면 되죠.”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말 실력도 늘어나고 아이들과 노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들을 직접 가르쳐보니 “선생님들이 매일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가르치는지 몸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등 군은 한국의 보편적인 고3 학생과 달리 옆에서 살뜰하게 챙겨주는 가족도 없이 오피스텔에서 혼자 지낸다. 매일 빵으로 아침을 먹고 학교에서 점심, 저녁을 해결하며 혹독한 한국의 고3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 한국에 올 때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중국에서 기숙사 생활을 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갈 수 있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없잖아요.”
따로 한국어 수업을 받은 적도 없이 무작정 한국으로 향했다. 무역업을 하는 부친이 한국에 지인이 많으니 유학을 가려거든 한국으로 가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렇게 한국에 온지 2년째다. 6개월간 따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소래고로 입학했지만 처음에는 한국말도 못하고 친구도 없었다. 주말에 시간이 날 때에는 서울, 부천, 인천으로 아버지 친구들을 찾아갔다. 그 곳에서 한국의 곳곳을 관광하며 주말을 보냈다. 
 
이제는 학교 친구 뿐만 아니라 대학생 친구도 생겼다. 작년 여름에는 친구들 서너 명과 함께 중국의 집을 다녀왔다. 학교에서는 따로 중국어 공부를 시켜주는 친구들도 생겼다. 그렇게 한국에 정붙이고 산지 2년. 지금은 한국으로 오는 길이 집에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해졌다.
 
서등 군의 꿈은 아버지를 따라 무역가가 되어 국제무역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각각의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을 가운데에서 발견하여 연결해주고 싶다고 한다. “국제화 시대에 이런 사람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얘기하는 모습이 여느 십 대와 달리 다부지다. 지금은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찾아와 반짝이는 눈으로 한국의 구석구석을 바라보는 서등 군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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