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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 고삐를 잡은 이 남자~ 시흥시민

2012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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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기자
기사입력 2012-01-18

힘차게 흑룡의 등짝을 타고 오르는 한 남자를 만났다. 새해 벽두에 희소식을 듣는 일은 문학의 길을 걷는 이들에겐 별을 따는 일이다. 성큼 손을 내밀어 가장 크게 반짝이는 별을 따는 영광을 안게 된 신춘문예 여성민 당선자다. 그의 시 [저무는, 집]이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1월 3일자) 실리자 시흥시는 잠시 조용한 소요가 일었다. 시흥시 논곡동에 거주하는 시민인데 여성민이란 이름 석자 외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그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 활짝 웃는 당선자     © 이정우



 

 

 

 

 

 

 

 

 

목감파출소에서 물왕저수지 방향으로 100m 진행한 자리에서 일차적인 만남 후, 물왕저수지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막 철들어가기 시작하는 문학도 같은 첫인상을 풍기는 여성민씨는 중년 남성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풋풋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가 옆구리에 끼고 나온 책[2012신춘문예당선시집] 두 권 때문에 더욱 그러했는지 모른다.

1967년 충남 서천 출생이고, 안양대 신학과,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 후 201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소설)했고,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 되었다. 관심사가 필자와 같은 문학이어서인지 몰라도 첫 만남인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 산책코스 물왕저수지에서     © 이정우


“어느 날, 본격적으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처음 실행한 것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각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10년간의 신춘문예 당선작을 모두 읽었습니다. 읽고 또 읽고, 그리고 괜찮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다시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다보니 잠은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잘 수가 없더라구요. 책을 읽다 문득 밖을 보니 계절이 바뀌어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집중적으로 책을 읽다 문득 글이 쓰고 싶어지면, 순식간에 써 내려갔다. 그의 소설 당선작(달은 구멍)도 자정이 넘어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인데 언젠가 긁적거려 놓은 시가 갑자기 조각퍼즐 맞추기처럼 구성이 되었다. 여섯 시간을 꼼짝 않고 한 자리에 앉아 완성한 소설이 민음사에서 주관하는 세계의 문학 등단작이 되기도 했다. 

당선작 [저무는, 집]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물었다. “바람을 기다리는 풍차가 있고, 세 면을 기다리는 한 면이 있는 저무는 집은 물리적인 집이 아니고, 기울어 가는 세계를 한번 이미지화 해 보고 싶었습니다.” 시의 최고 소비자가 되겠다고 당선소감에서 당당하게 밝힌 그는 아직도 시를 많이 읽고 싶은, 시의 세계가 궁금한 미소년의 모습으로 활짝 웃었다. 

▲ 갯골에서 그의 유년을 줍다     © 이정우

언젠가 습작에 몰두해 있을 때 작은 아들이 어깨 너머로 시를 읽고 나선 “아빠, 그거 한 번 내(응모)봐요” 그래서 힘을 더 낼 수 있었다. 그는 중1, 초등5학년인 아들만 둘이 있다. 아빠가 무얼하든 아빠만 믿으며 아빠를 응원할 수 있는 두 아들이 든든히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는 그에게 희망을 물었더니, 달리 특별한 게 없단다. 글을 많이 읽고 지금처럼 두 아들과 잘 살고 싶단다. 시흥시 논곡동을 고래의 폐 속이라 말하는 그는 도심에서 벗어나 공기는 좋으나 약국과 병원이 멀어 노모를 모시고 사는데 조금의 애로 사항이 있다며 일자눈웃음을 보인다. 

지난 가을에 안양에서 시흥으로 이사를 온 탓에 아직 시흥의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잘 모르는 그에게 우선 제안한 것은 폐염전의 갯고랑을 걸어 보길 권했다. 반가워하며 선뜻 응한다. 그는 유년시절을 소금창고가 있는 마을에서 보냈기에 아련한 추억이 서린 소금창고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그곳에 가보길 원했고 염전의 흔적을 찾아 함께 걸었다. 당선자에 관한 인터넷자료 검색이 너무 안 돼서 어쩌면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일 거란 추측은 추측으로 끝났고, 오랫동안 걸었던 길동무처럼 편안하게 걸었다. 물왕저수지까지 하루에 한번 씩 산책하며, 시흥시청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흥살이 새내기다. 

 다시 한번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을 축하하며, 아래는 그의 당선작 [저무는, 집]이다.
 

 
                                       저무는, 집

                                                                                            여성민

 


    지붕의 새가 휘파람을 불고, 집이 저무네 저무는, 집에는 풍차를 기다리는 바람이 있


고 집의 세 면을 기다리는 한 면이 있고 저물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서 저무는 것들

 
이 저무네 저물기를 기다리는 시간엔 저물기를 기다리는 말이 있고 저물기를 기다리지 
 

않는 말이 있고 저무는 것이 있고 저물지 못하는 것이 있어서 저물지 못하네 저물기를


기다리는 말이 저무는 집에 관하여 적네 적는 사이, 집이 저무네 저무는 말이 소리로 저
 

물고 저물지 못하는 말이 문장으로 저무네 새는 저무는 지붕에 앉아 휘파람을 부네 휘


파람이 어두워지네 이제 집 안에는 저무는 것들과 저무는 말이 있네 저물지 못하는 것

 
들과 어두워진 휘파람이 있네 시는 저물지 않네 새는 저무는 것이 저물도록 휘파람을 

 
불고 저무는 것과 저물지 않는 것 사이로 날아가네 달과 나무 사이로 날아가네 새는 항
 

상 사이를 나네 달과 나무 사이 저무는 것과 저물지 않는 것의 사이 그 사이에 긴장이 
 

있네 새는 단단한 부리로 그 사이를 찌르며 가네 나무가 달을 찌르며 서 있네 저무는 것
 

들은 찌르지 못해 저무네 달은 나무에 찔려 저물고 꽃은 꿀벌에 찔려 저물고 노을은 산


머리에 찔려 저무네 저무는, 집은 저무는 것들을 가두고 있어서 저무네 저물도록, 노래

 
를 기다리던 후렴이 노래를 후려치고 저무는, 집에는 아직 당도한 문장과 이미 당도하
 

지 않은 문장이 있네 다, 저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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