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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표죠! 누가 뭐래도

월곶마을 어르신들 매달 멋내기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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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정우 기자 * 사진/강현분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2-04-13

▲깎고 볶고, 거들어 주고 바쁜 일손들 @강현분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다녀왔다. 꽃샘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며 봄을 막아보려 했지만,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시흥시 월곶보건진료소에는 화기애애한 웃음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중간에 연락을 한 번 넣었는데 전달이 잘 되지 않았던지, 불쑥 찾아든 기자를 낯설어 하다가 이내 편안하게 친근해 질 수 있었다.
 
▲할머니, 오늘 더 이뻐 지실거에요     © 강현분
매월 한 번씩 월곶보건진료소에서 어르신들의 이미용 봉사가 있다. 마을 할머니들이 이날만큼은 머리도 단정하고, 젊은 시절의 새댁처럼 환하게 웃으시기도 하는 날이다.

보건진료소라는 명칭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찾아간 곳이 일반 가정집과 같아서 잘못 찾은 것이 아닐까 했는데, 집 구조는 일반 가정집이고, 그 건물은 보건진료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거실로 꾸며진 공간에 할머니 여러 분들이 머리에 파마를 말고 앉아 계시거나, 머리를 자르시거나 하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신다.

좋은 일을 남모르게 하는 봉사자들이 있다는 소문에 달려갔는데, 듣고 보니 정말 천사표가 따로 없다. 특별히 모임 명칭도 만들지 않았고, 자원봉사자끼리 서로 연락을 하면서 시간 날 때 마다 모인다. 때론 일곱 명이 되기도 하고, 때론 다섯 명이 되기도 하면서.

모임의 중심이 되는 거모동에 사는 이정임 봉사자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미용 봉사를 한단다. 봉사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또 이렇게 하는 줄 아니까 어르신들이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면 게을리 할 수가 없다며, 환화게 웃는다.

▲ 작은 진료소가 분주하다    © 강현분
 
신천동에 사는 박태도 봉사자, 예전에 대야복지관에서도 봉사를 했었는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함께 하니 더 좋다고 말하는 그녀는 마치 십칠 세 꽃순이 같은 느낌의 순박한 모습이었다. 월곶동에서 온 정순희 봉사자는 미용봉사를 한 지는 오래 되었고, 늘 같이 만나는 사람들이라 이젠 가족 같다고 했다.

눈에 띄는 두 사람, 남자 봉사자들이다. 표태환 봉사자는 예전에 후드뱅크에서 봉사를 했었는데 미용봉사를 해 보고 싶어서 일부러 이미용사 자격증을 땄단다. 솜씨는 서툴지만, 이렇게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머리가 단정해지고 깔끔해 보이면 참 기분이 좋단다. 이름도 성도 밝히기를 거부한 다른 남자 봉사자 역시, 봉사활동을 위해 이미용을 따로 시간 내서 배웠단다.

▲ 천사표와 정담을 주고 받는 또 하나의 천사표    © 강현분

이때, 양복차림의 말끔한 신사가 들어섰다. 봉사자들이 반갑게 맞는다. 소망미용전문회사의 박양균 사장이다. 이들이 필요한 미용재료를 원가에 주기도 하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이런저런 부재료들을 듬뿍 기부를 한다. 박양균 사장에게 이미용봉사자들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해 달라 했더니, “천사표죠. 누가 뭐래도 이 사람들만한 천사는 지상에 없어요” 서로 알고 지낸지가 오래 되어 그들이 필요한 것이 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서로 훤히 꿰고 있는 사이다.

장곡동 섬마을에서 김이식(87세) 할아버님이 이발을 하러 오셨다. 흰머리가 귀밑까지 내려 왔는데 말끔하게 자르고 나니 소년 같다고 했더니 웃으시며, 할머니 얘기를 하신다. “고생만 하다 갔지. 오래전에 큰아들 먼저 보내고, 몇 년 뒤에 마누라까지 먼저 보내고 혼자 살아. 그런데 이렇게 여기 오면 머리도 자르고, 점심도 먹잖아.” 허리가 많이 굽었는데도 자전거를 타고 오셨고, 자전거로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건강한 것이 고맙다는 말을 했다.

▲  어르신의 건강은 내가 책임진다   © 강현분

장소를 제공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머리를 한 달에 한 번씩 매만질 수 있게 해 주는 또다른 일등공신인 장봉희 월곶보건진료소 소장님이다. 한쪽에서 머리를 말거나, 자르거나 하면, 진료소 안쪽에선 오랜만에 나온 어르신들이 건강 체크를 하고, 약을 받아 가기도 한다.

주민자치 후원회에서 많이 도와주시기도 하고, 이렇게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도와 주셔서 너무 고마운 일이라며, 겨울에 추워서 못 나오신 어르신을 뵈면 반갑고 고마움이 앞장선다며 잠시도 쉴 틈 없이 진료도 하고, 봉사자들 틈에서 이것저것 심부름을 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음식봉사를 하는 마을건강원자원봉사자들     © 강현분
 
시간이 조금 흘러 배꼽시계가 가동을 하는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방에서 맛있는 음식냄새가 흘러나온다. 밥도 주는 거냐고 배고픈 표정을 지으니, 활짝 웃으며 당연히 밥은 먹고 가야 한다시는 마을건강원 자원봉사팀들이다. 진료소에서, 거실에서 분주히 봉사를 할 때, 또 한 팀이 주방에서 점심 봉사를 하고 있었다.

마을건강원자원봉사팀은 23년 전부터 봉사를 해 왔다고 한다. 월곶, 장곡동 일대의 부녀자들이 모여서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봉사를 하는데, 이곳에 이미용봉사가 있는 날이면, 찾아와서 손수 준비한 찬거리를 가지고 맛있는 점심을 해 내 놓는다. 불고기에 상추쌈이 일품요리를 무색케 하는 식탁이었다. 

▲ 세상에 더 없는 진수성찬    © 강현분

이리저리 둘러봐도 마음이 착한 사람들뿐이다. 이일 저일 바쁘다고 핑계아닌 핑계를 대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한 달에 한 번씩 마을 어르신들이 멋쟁이가 되는 마을, 할머니들은 한 달은 머리를 다듬고, 또 다음 달엔 파마를 해서 정말로 멋쟁이 할머니들만 사는 동네가 되어 있었다. 봉사자들 모두모여 단체사진 한 장이 필요 했는데, 점심때가 되어서 파마하러 오시는 할머니, 식사 하시는 어르신, 이런저런 손길이 너무 바빠 단체사진 찍자고 권하지 못했다. 그들 나름의 일손 흐름이 있는데 타인으로 인해 흐트러짐 역시 그들에게 방해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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