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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파는 곳, 카페 티모르

드림프로젝트와 연계해 탈학교 아이들에게 일자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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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혜 기자
기사입력 2012-10-20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커피를 판매합니다'
 
신천연합병원 앞을 지나다보면 'CAFE TIMOR(카페 티모르)'라는 작은 카페를 발견하게 된다.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직원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서는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
 
티모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들은 탈학교 청소년으로 대안교육 프로그램 드림프로젝트 과정을 듣고 있거나 수료한 아이들이다. 이곳 티모르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함께 일하고 있는 정진성 점장을 만났다.
 

▲ 신천연합병원 1층에 위치한 카페 티모르     © 시흥장수신문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안적인 교육이 필요해요. 건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일할 수 있는 곳도 절실하고요."
 
시흥시 지역에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의 수는 2011년 기준으로 573명. 적지 않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밖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유일한 프로그램이 바로 시흥YMCA와 시흥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드림프로젝트'다. 현재 드림프로젝트는 풍물, 인문학, 바리스타, 봉사활동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되고 있다.
 
"드림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수료한 아이들 중에 바리스타 분야에 관심을 보이면 이곳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줘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이곳에서 일하면서 용돈도 벌고 진로 탐색도 할 수 있는 거죠."
 
카페 티모르는 작년 12월 26일 신천연합병원 1층에 장소를 제공받아 문을 열었다. 드림프로젝트에 참가한 아이들 다섯 명과 정진성 점장이 함께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것이 카페 티모르의 시작이었다.
 
"탈학교 아이들이 일할 수 있는 카페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다들 우려했어요. 오래 못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죠. 길어야 3개월이라고 했죠. 저도 처음에는 많이 망설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네요"
 

▲ 정진성 점장(흰색 후드티)과 탈학교학생    ©시흥장수신문


정진성 점장은 시흥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김진곤 소장의 아내로 YMCA에서 몇 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아이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김진곤 소장의 활발한 활동을 옆에서 오래 지켜봤지만 직접 뛰어들어 보니 생각한 것보다 더욱 힘들었다.
 
"지금도 많이 힘든 건 사실이에요.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서 카페에서 일하는 청소년들도 함께 돌보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보니 처음에는 기본적인 예의, 인성도 함께 가르쳐야 했고요. 그래도 드림프로젝트와 티모르를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죠."
 
그녀는 티모르 카페를 운영하면서 일부러 가장 좋은 재료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만들기 때문에 커피맛이 별로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값은 일반 커피숍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 카페 티모르는 동티모르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를 구매하고 있다     ©시흥장수신문


"싸고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어서 좋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재료비, 아이들 아르바이트 비용 등을 간신히 채우는 수준이에요.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날은 카페 손님도 적고요. 그래도 아이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계속 생겼으면 좋겠어요."
 
정진성 점장은 현재 카페 티모르 2호점을 준비할 예정이다. 하지만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취약계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시흥시에서 교육 목적으로 구입해놓고 현재 사용하지 않는 커피 머신 등을 지원받는 것도 요청해봤으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드림프로젝트를 위한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 학생들을 위한 점심을 지원하기 어려워 오전 수업 후 라면을 끓여 먹을 때도 있다는 것이 드림프로젝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환경이 어려워서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도 있어요. 현재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한 아이는 미용에도 관심이 있어서 주말에는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요. 문제아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보면 순하고 착실한 아이들이 많답니다."
 
여러모로 힘들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아이들이라고 정진성 점장은 이야기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한 학생에게 앞으로의 진로를 묻자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싶다"며 "드림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트림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하고 있다     © 시흥장수신문


인터뷰 내내 정진성 점장은 드림프로젝트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탈학교 청소년들에게 일반 학교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인정해주고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꼭 학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바리스타 교육뿐만 아니라 교사와 부모로서의 역할까지 감당하고 있는 정진성 점장. 그녀의 말처럼 카페 티모르가 탈학교 아이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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