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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친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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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애
기사입력 2021-01-15

▲ 도서 우리가 정말 친구일까  © 이상애

머지않아 다가올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해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경제적 여유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어르신들을 보면 대화의 빈곤에서 오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빌헬름 슈미트의 『우리가 정말 친구일까』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우정이 행복을 준다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좋아하는 친구와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셀 수 없이 멋진 경험을 나눈다. 서로의 몸과 마음, 영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가치를 나누고, 서로 은밀한 속마음이나 생각을 공유하기도 한다.(14쪽) 

삶이 불행할 때 친구에게로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61쪽)

 

20살에 한 친구의 부탁으로 소개팅을 했었다. 친구는 동아리 친구가 만날 때마다 소개팅을 부탁한다며 소개팅에 한 번만 나가달라고 했었다. 첫 만남 후 예고없이 학교로 찾아왔던 소개팅남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있다. “○○랑 정말 친한 친구야?”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소개팅을 주선했던 친구가 ‘그렇게 친하진 않아’라고 했단다. 내게 찾아와 끊임없이 고민을 이야기하던 그 친구가 다른 사람에겐 그렇게 친하지 않다고 했다는 말이 너무 씁쓸했다. 

 

우정이 경험하는 인생의 충만함은 행복이다. 우리가 한껏 즐겼던 아름다운 순간도, 들러리에 불과했던 아름답지 못한 순간도 충만함의 시간이다.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순간뿐 아니라 힘겹게 버텼던 시간도 삶을 풍요롭게 한다. 따라서 아름다운 순간을 수집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힘겨운 시간을 잘 이겨내는 것도 참된 인생의 기술이다.(61쪽)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을 세 가지로 나눴다. ‘공동의 즐거움’을 지향하는 우정과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우정 그리고 어떤 계산도 없이, 서로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우정으로. 누구나 세 번째 우정을 꿈꾼다. 그런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자신과의 좋은 관계다. 저자는 인생의 많은 것을 떠받치는 기둥인 바로 자신과의 우정이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 타인과 건강한 관계도, 우정도 맺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타인에게 관심을 돌릴 힘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끝없는 관심과 성찰로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규명한다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도 타인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 자신에게 애정이 있어야 타인에게도 애정을 베풀 수 있다. 이런 자기 성찰과 자기규정의 노력이 아무리 힘들고 고단하더라도 우정이라는 이름의 관계가 전해줄 충만함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 뿐이다.(15쪽)

 

그 소개팅남과는 관심사가 비슷해 학교가 멀어 자주 만날 수는 없었지만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그때 주된 관심사는 읽었던 책과 좋아하는 음악, 그림이었고 박물관과 미술관에 갔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사고를 확장하다는 건 그 당시 너무 큰 즐거움이었다.

 

함께한 아름다운 경험은 행복이다. 친구와 함께 보낸 수없이 많은 멋진 시간들은 행복이다. 함께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고 파티를 즐기고 밥을 먹고 나들이를 가고 여행을 하고 춤을 추며, 서로의 손을 잡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오래오래 함께 거닌다.

아름다운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아 울림을 주고, 그중 많은 기억은 평생을 가기도 한다. 과거를 뒤돌아보면서 ‘우리가 함께 겪었던 모든 것’을 추억하는 일은 매력적이다. 물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골치 아픈 에피소드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함께한 기억은 아름다운 법이다.(45쪽)

 

그렇지만 친구와의 대화가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언젠가 한 지인이 “이젠, 매일 힘들다고 하는 친구는 자주 만나고 싶지 않아. 나도 힘든데 그 애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으면 내 삶의 에너지도 갉아먹히는 느낌이야.”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그런 친구들과는 거리를 둬야겠다고 했다.

 

삶이 끝나는 날까지 우정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고 나의 친구 스키피오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만큼 우정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서로 의견이 달라서 갈등을 겪거나, 정치에 대한 견해가 달라서 우정이 깨지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불운 때문에 혹은 나이가 들면서 사람의 성격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운 좋게 소년 시절의 감정이 청년기까지 이어지더라도 뒤늦게 파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우정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대부분 금전에 대한 욕망이다. -키케로.(88쪽)

과도한 선행만 우정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나친 부담도 우정을 괴롭힌다.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친구에게 달려가 호소를 해대면 상대 친구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런 상태가 오래 계속될 경우 과도한 부담에 지친 친구는 마침내 더 이상의 쓰레기는 받지 않는다고 선언할 것이다. 물론 친구에게 부담이 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객관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90쪽)

친구가 멀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 무심코 던진 비판의 말 때문에, 서로의 차이와 불균형이 심해져서, 지나치게 가까워지려 하거나 상대에게 바라는 게 많아져서, 또는 어떤 일로 부담이 생겨서, 서로에게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욕심(권력욕) 때문에 멀어지기도 한다. (14쪽)

 

우정은 순전히 자유로 선택한 관계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우정은 마음가짐인 거 같다. 타의에 의해, 필요에 의해 꿰어진 관계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정을 통해 어떻게 인간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가능한지를 배우고 훈련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있어 나에게 호감을 품고, 나 또한 그에게 같은 감정을 품으며, 그가 나를 이해하고 나 또한 그를 이해하며, 그가 나에게 특권을 주고 나 또한 그에게 특권을 준다는 사실은 오래오래 행복을 선사한다.(47쪽)

 

친구가 있다는 건 행운 속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친구라는 존재 자체, 친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행복이라고 한다. 만남 자체가 행운이라고. 사적인 만남이건, 업무와 관련한 만남이건, 아날로그건 디지털이건, 또래 집단이건 클럽이나 동호회건. 그런 우연의 시작에도 마법은 깃들어 있다고. 첫 순간부터 관심을 경험할 때, 그건 행복이 된다. 모두가 갈망하지만 극소수의 관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 희귀한 자원이라고. 그러면서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 내 존재에 무심하지 않은 사람, 내가 잘 지내는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몇 번이고 물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라고 말한다.

  

불행도 함께할 수 있으면 행복이다. 현대인들은 행복한 순간이 쉬지 않고 이어져야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복은 그런 것이 아니기에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행복이 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행복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자리로 불행이 밀어닥쳤을 때 친구는 따뜻한 대화의 상대이자 영혼의 버팀목이 되어준다.(65쪽)

쉼 없이 나누는 대화는 행복이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가 “재기 넘치는 친구”에게 건넨 충고처럼 대화를 나누면 부단히 새로운 생각들이 결합되고 말을 하는 동안 점차 생각이 깊어져서 정신적 의미가 탄생한다. 괴테와 실러처럼 유명한 친구들은 넘치도록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대화라고 해서 반드시 실제 대화 또는 편지, 전화, 인터넷 등의 통신 수단을 이용한 직접적 교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서로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상대의 경험과 변화를 이해하려면 실제 대화는 포기할 수 없다. 좁은 의미의 사랑 못지 않게 우정도 중요한 관계의 업데이트를 위해서 실제 대화는 꼭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우정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 자주 못 보는 친구들은 자주 못 보는 연인보다 훨씬 더 독립된 각자의 세상에서 살지만 절대 성급하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하루 아침에 위태로워지는 우정은 거의 없다.(50쪽)

 

노년에는 모든 것을 다 뒤로하고 저자의 말처럼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으면 행복할 거 같다. 어떤 계산도 없이, 서로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우정을 나누지 않더라도. 또 계산이 있으면 어떤가. 그렇더라도 쉼 없이 대화를 나눌 누군가만 있으면 족할 거 같다. 어쩜 기억력이 떨어져 방금 했던 이야기를 또 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타박하지 않고 잘 듣지 못하더라도 쉼 없이 이야기를 할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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