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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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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
기사입력 2019-05-07

▲     © 윤심

 


 손톱에는 각피가 늘어지다가 거스르미가 핀다. 손등을 쫙 펴면 연못에 이는 파문처럼 소용돌이가 있다. 손등을 웅크리면 크린 랲 같은 살갗이 파란 핏줄을 일시적으로 덮고 있다. 손바닥을 부비면 스걱스걱 마른 소리가 난다. 내 손위에 외할머니 손이 포개진다.

 

할머니가 슬쩍 안 보이시면 거기에 계신 것이다. 옹색하고 가파른 집 뒤 계단, 중간쯤에 앉아 계신다. 담배가 중지와 엄지 사이에서 하연 연기를 피우고 있다. 사그라드는 연기 사이로 할머니의 눈물을 본 듯하다. 나를 알아차리실 때까지 머뭇거린다. 와락 달려들지 않아야 하는 것쯤은 저절로 알았다. 계단은 집에서 가장 응달이고 눈물을 감추기에 안성맞춤이다.

 

"할머니" "오냐" 할머니 발밑에 쪼그리고 앉아 팔 한쪽을 끌어다 안는다. 거무죽죽한 손은 각목으로 조각한 것처럼 거칠고 딱딱하다. 꺼슬한 손바닥이 좋아서 내 살에 부빈다. 늙은 할미가 뭐가 좋으냐며 웃으실 때는 그 틈에 해수가 발작처럼 튀어나온다. 내쉬는 숨은 쌕쌕, 빠진 이사이로 말려들다 토해진다. 할미꽃 같은 몸이 요동치다 숨이 꺼질 것 같아 안타까웠다.

 

뜨거운 여름날, 할머니는 꽃상여 타고 시집가셨다. 사람들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자기들 마음 편하려고 좋은 말들을 잘도 골라냈다. "그렇지 않아요, 가끔 토했던 붉은 피가 할머니 가슴에 든 멍인 걸 알았어요? 담배 연기 끝에 달린 슬픈 시선을 보았어요?" 늙은 여인이 떠난날은 이상기후처럼 서늘해서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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