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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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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
기사입력 2019-06-10

▲     © 윤심

 

일상은 문화로 정돈되어 있다. 라이프 스타일은 돌림노래처럼 일정 구간에 이르면 도돌이표가 있다. “레트로스타일이라든지 자연주의같은 트렌드는 기성문화를 재편성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눈가림이다.

기업, 경작, 소비, 생산 등 사람이 관여하는 모든 행위에 문화가 붙어 자연스럽게 자연과 도착 되었다. 세계의 땅은 점점 하나의 그리드 안에 속하게 되었고,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빠르게 규격화된 물화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거대기업은 스타일이 만들어지면 재빠르게 소비의 망을 짜고 그물을 던진다. 유행은 지역과 국가, 계절에 상관없이 사람의 혈관을 뛰게 만들고, 빅데이터와 총알 배송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이런 전략은 착시를 일으켜 획일화된 문화를 다층적으로 보이게 한다. 개인은 유행에 민감하고, 문화를 개별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나만의 삶이 어부의 그물에서 폴짝거리는 물고기의 삶일 줄을 어찌 미리 알 수 있었겠나?

 

돌림노래 같은 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텃밭을 가꾸는데, 내가 오해한 것들이 많았다. 가꾸는 것은 씨를 흩뿌리고 기다리고, 나는 대로 거둬 먹는 것과 다르다. 씨앗 대신 모종을 심고, 자란 작물에서 씨앗을 거둘 수 없어 다시 모종을 심어야 하는 일을 돌아보았다. 내가 심은 모종의 씨앗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마음이 꽤 불편했다.

씨앗을 뿌리는 대신 모종을 심는 것도 밭일 체험일 뿐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자라고 있는 식물을 보며, 이것을 먹는 나를 바라본다. 나를 살아있게 하는 존재로서 식물을 바라본다. 식물이 나를 동정한다. 앵두를 한 움큼 따다 유리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다. 화가를 위한 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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